형식주의와 사실주의
한국이 과연 실질적 사실주의 나라인가?
수년전 방송된 MBC의 ‘리얼스토리 눈’에서 아버지와 입양 딸이 엄마의 30억 유산을 둘러싸고 다투는 장면이 그려졌다.
어머니는 2011년 뇌수막종으로 병상에 눕게 되었고 의사표현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입양딸은 법원에 금치산 선고 신청을 하였다. 이후 입양딸은 아버지로부터 친자확인 소송을 당하게 된 것이다. 입양딸은 이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자신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친딸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난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40여 년 전 우연히 만나 평생을 사실혼 관계로 살았다고 한다. 한의사였던 아버지는 이미 결혼한 부인과 자식이 넷이나 있었지만 또 다른 여인이었던 어머니와 살림을 차려 사실혼 관계로 살게 되었지만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갓난아이를 데려와 키운 것이 바로 입양 딸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생전에 부지런하여 부동산 등을 통해 큰 돈을 벌었고, 입양 딸을 위해 강북에서 강남 아파트로 이사를 오는 가하면 대학졸업과 결혼까지 시키며 친 자식처럼 키웠기 때문에 입양 딸은 아버지가 친자확인 소송을 하기 전까지 자신이 입양아였다는 사실 조차 몰랐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 마지막 순간까지도 입양딸에게 친딸이라고 주장하였지만 결국 작년 3월 병상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였고, 어머니 사망후 법원은 아버지의 편을 들어 딸을 친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입양 딸은 뒤늦게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알게 되자 자기 인생 전체를 부정당한 느낌이라며 믿을 수 없어 했다. 어머니는 숨을 거두기 전 필담으로 아버지에 대한 불평을 쏟아냈지만, 입양 딸의 허탈감은 메울 수 없었다.
그런데 입양 딸의 진술에 의하면 아버지가 이런 시점에서 친자확인소송을 한 진짜 이유는 30평형대의 아파트와 20억 예금을 포함 모두 30억원으로 추정되는 어머니의 재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형식주의적 법체계에서는 비록 아버지가 사실혼 관계였다 하더라도 상속에 있어서는 아무런 혜택이 없고 친딸로 호적에 등록된 입양 딸이 모든 상속재산을 차지할 것을 예견하고 상속 2순위였던 외삼촌과 짜고 입양 딸을 파양시켜 어머니의 상속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1심과 2심에서 딸이 패소하고 현재 마지막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인데, 과연 이 같은 상황이라면 호주에서는 어떤 일이 전개될 수 있을 까? 우선 호주는 사실주의에 입각하여 형식적인 결혼을 하지 않은 부부라 하더라도 사실혼 관계의 부부도 실제 결혼 부부와 동등한 법률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아버지의 입장에서 굳이 친딸로 알고 있던 입양딸의 친자확인 소송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한편, 입양딸의 경우, 호적상 친딸로 등록되어 있지만, 친자 확인소송에서 입양 사실이 드러남으로 한국법상 상속권의 지위를 잃게 되겠지만, 호주에서라면 지난 한 평생 친딸로 살아온 것이 사실로 밝혀 진다면 형식과 상관없이 법원에서는 상속에 관한한 친딸의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호주에서라면 달리 유언장이 작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 우선 배우자인 아버지가 5만불의 상속을 받은 다음 남은 재산의 3분의1을 배당 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자녀인 입양딸의 몫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비극은 발생되지 않았으리라.
형식에 치우쳐 실체적 진실을 무시하여야 하는 이런 경우는 한국사회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