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 제도

어느나라나 운전면허증의 자격요건으로 일정한 이론과 경험을 취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1980년대 초에 한국운전면허증을 처음으로 땄다. 당시는 각자 경제사정에 따라 운전연습시간을 시간당 얼마씩 지불하는 방식으로 연습하였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학과부터 실기연습까지 모두 풀코스로 수강비를 지불하여 운전면허증을 땄지만 경제사정이 빈약했던 필자는 학과시험은 독학으로 마치고 실기연습은 실기시험이 있기 하루전에 1시간의 연습시간을 끊어, 30분만 연습하고 나머지 30분은 실기시험에 떨어질 것에 대비하여 남겨두었다.

그런데 운전석 옆자리에서 필자의 실기연습을 가르치는 학원선생님의 지도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양반은 필자 보다 나이가 2-3살 정도 많았던 것으로 보였는데 학생들이 더 많은 강습시간을 끊도록 할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내일이 실기시험인 필자가 실기시험에 떨어지기를 바랬는지 모르지만 실기시험에 필요한 코스 연습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운전의 기초를 가르친답시고 길 가에 선을 그어두고 그 선을 따라 쭈욱 직진하도록 하였고 그 다음은 그 선을 따라 쭈욱 후진하도록 지시하였다. 처음 약 10분정도는 참을만 했지만 이 전진, 후진을 10분이상 하자니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도저히 참다 못해 “내일이 실기시험인데 언제 코스며 장거리 연습을 할 것이냐?”고 질문을 하였더니 이 학원선생 왈 “전진, 후진도 쪽 바로 못가는 사람이 무슨 실기시험을 하느냐?”며 앞으로 전진, 후진만 몇시간은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몇시간 끊을 돈이 없었던 필자는 이말에 화가나서 “나는 전진, 후진 연습 안해도 되니, 지금 당장 코스 연습을 하겠다”고 하며 그렇지 않으면 “환불을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 학원선생은 마지못해 실기코스로 필자를 데려가서 남은 약 15분 동안 코스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팁을 알려주었다. 필자는 이 15분의 실기연습으로 다음날 실기시험에서 코스에 합격하였다. 그러나 장거리 시험에는 아쉽게도 떨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럴것이 한번도 장거리 연습은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실기시험이 있던 전날에 그 학원에 다시 찾아가 남은 30분간의 실기연습을 하겠다고 하였는데 그 학원선생이 다시 나왔다. 그 선생은 나를 보더니 “당연히 떨어졌겠지” 라는 투로 “안됐죠?”라고 짧게 질문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의기양양하게 단거리 코스는 합격하였고 이제 남은 30분은 장거리 코스만 연습하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다음날 장거리 코스도 합격하여 필자의 형편에 가장 적은 돈을 들여 1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운전면허시험제도에서 문제점은 면허증은 있는데 실제 운전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집사람도 한국의 여자경찰로 근무할 당시에 필자보다 몇년 빨리 운전면허증을 땄지만 실제로 한국에서는 운전할 엄두도 못내다가 호주에 와서야 필자의 개인교습을 어느 정도 받은 후 운전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이론과 실제가 일치하지 않는 제도야 말로 한국 제도의 특징이 아닌지 모르겠다. 현재는 이러한 운전면허시험제도가 어느 정도 개선되어 아래와 같이 여러단계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2013.6.18. 도로교통공단(http://dl.koroad.or.kr/PAGE_license/view.jsp?code=100730)

보기엔 그럴싸해 보여도 필자가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아직도 부족하지 않나하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하여 운전면허증을 딴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실제운전에는 자신감이 없고 추가적으로 개인교습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호주의 경우,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선 학과시험과 실기시험 그리고 시력테스트가 있다. 한국과달리 호주의 운전면허증은 각 주 또는 준주에서 개별적으로 발행하고 있으므로 각자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의 관할기관에 자세한 사항을 문의하면 되는데, 참고로 아래에 각주 관할기관의 인터넷 주소를 열거하였다.

각주 면허관할기관 인터넷 주소

주/테리토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서호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절차는 간단하면서도 내용은 강화한 면허시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호주의 운전면허 취득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16세가 되면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학과시험을 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국과 달리 교통안전교육은 없다. 이렇게 해서 학과시험에 통과하면 곧 바로 연습운전면허를 받게 된다. 연습운전면허를 받은 자는 자동차 앞, 뒷유리창에 “연습자(Learner)”를 뜻하는 “L”자를 부착하여야 하며, 반드시 4년이상의 운전경험이 있는 자가 옆좌석에 동석하여야 한다. 이렇게 “L”자를 달고 25시간 이상을 운전하여야 비로소 기능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데 이 25시간을 입증하는 방법은 면허국에서 발행한 운행일지표(Log Book)에 날짜와 거리, 지도자명등을 상세히 기록하여 제출하면 된다. 머리좋은(?) 한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25시간은 그냥 허위로 채워넣으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호주의 경우 대부분 철저한 양심의 훈련을 받은 탓인지 허위기재를 하는 사람은 거의없다.

필자의 딸이 “L”자를 따고 25시간을 채우기 위하여 매번 필요할 때 마다 딸에게 운전을 시키고 이 운행일지표를 작성하였는데 하루는 너무 귀찮아서 “야 그냥 대충 1시간 운전했다고 적어”했더니 필자의 딸은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운전교습강사를 별도로 고용하여 10시간의 수강료를 끊어 준바 있다.

이렇게 25시간을 채우고 나면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실기시험에 합격하였다고 해도 곧바로 정식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는 없다. 또 다시 25시간의 주행경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여전히 “L”자를 붙이고 6개월동안 25시간의 운전 경력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다만 이때는 4년이상의 경력자가 동승하지 않고 혼자 운전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도로 표지판이 110kmh로 되어 있어도 “L”자 운전자는 100kmh 이하로만 운전하여야 한다.

다음 단계는 위험인지시험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각종 위험 상황에 대처해야 될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러한 위험상황에 적절한 결정을 하는지 알아보는 시험으로서 여러가지 위기상황을 가상적으로 만들어 시험을 하는 것이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수련운전면허증을 받게 된다. 수련운전면허소지자는 수련(“Probationary”)를 뜻하는 적색 “P”자를 자동차 앞.뒷면에 부착하여야 한다.

적색 “P”자 수련운전면허소지자는 6개월동안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는 운전할 수 없다. 6개월이 경과하면 다시 녹색 “P”자를 부착하여야 하는데 녹색 “P”자를 따게 되면 자정부터 새벽5시까지 운전할 수 없는 제약이 사라져서 언제나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다. 다만, 일반 운전면허와 차이가 있는 것은 녹색 “P”자를 단지 12개월이내에 벌점 3점을 받거나 24개월 이내에 벌점 7점을 받게 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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